- 5.0
-
- 이광재
- 2026-01-05
- 출발일자 2023.07.27
세계3대 트레킹 호도협/옥룡설산 트레킹 6일
2023년 한여름, 일상의 소음을 뒤로하고 세상에서 가장 낮은 길이자 가장 높은 길이라 불리는 중국 차마고도, 그리고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옥룡설산으로 향했습니다.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의 5박 6일은 단순히 걷는 시간을 넘어, 자연의 거대함 앞에 나를 내려놓고 함께한 이들과 깊은 유대감을 쌓은 귀한 여정이었습니다.
이번 산행에는 저를 포함한 두 명의 단짝과 열 명의 동료, 총 12명의 원정대가 함께했습니다. 인원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의 끝자락을 걷는다'는 공통의 목표 아래 우리는 금세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정의 시작이었던 차마고도 트레킹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길을 따라 걸으며 발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금사강의 물줄기를 내려다볼 때의 아찔함은 지금도 손끝에 남아 있습니다. 날씨는 때때로 맑았다가도 순식간에 흐려지며 고산 지대의 변덕을 보여주었지만, 그 변화무쌍한 하늘 덕분에 차마고도의 풍경은 더욱 입체적이고 신비롭게 다가왔습니다. 나귀의 방울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의 보폭을 맞추며 느림의 미학을 배웠습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나시족의 성산이라 불리는 옥룡설산이었습니다. 해발 5,000m가 넘는 만년설의 위용을 직접 눈에 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산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짙은 구름이 산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우리가 정상 부근에 도달했을 때 옥룡설산은 끝내 그 거대한 봉우리를 구름 속에 감춘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직접 정상을 마주하지 못한 아쉬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역설적이게도 현지 가이드님이 보여주신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가이드님이 찍어두신 맑은 날의 옥룡설산 정상 사진 속에는 푸른 빛을 머금은 만년설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비록 내 눈으로 직접 본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 사진을 통해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산이 얼마나 경이로운 존재인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꼭 다시 오라는 산의 인사일 거예요"라며 웃던 가이드님의 따뜻한 위로가 차가운 고산의 공기를 포근하게 녹여주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12명의 일행과 함께 나눈 저녁 식사 시간은 이번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고산병의 기운으로 조금은 멍해진 머리를 서로의 격려로 맑게 깨우고, 투박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현지 음식들을 나누며 우리는 참 많이도 웃었습니다. 특히 마음 맞는 동료와 함께 낯선 땅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누었던 진솔한 대화들은, 옥룡설산의 풍경만큼이나 제 마음속에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산은 정상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저에게 더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복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만난 구름과 바람, 그리고 곁에서 함께 땀 흘린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구름 뒤에 숨은 설산의 자태를 상상하며 걷던 그 설렘이 있었기에, 2023년의 여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서늘하고도 뜨거웠던 계절로 기억될 것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도 문득 창밖을 보다 보면, 차마고도의 좁은 길과 옥룡설산을 감싸던 그 짙은 구름이 그리워지곤 합니다. 비록 보지 못한 정상은 마음속에 사진처럼 남겨두었지만, 그 아쉬움이야말로 제가 계속해서 산을 찾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함께했던 12명의 소중한 인연 모두의 가슴 속에 그날의 공기가 오랫동안 머물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