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있어서 목적지는 장소가 아니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 헨리 밀러
오래 전부터 라다크를 가고 싶었다. 구경을 업(業)으로 삼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라다크가 지닌 고유의 자연, 역사와 전통, 종교, 그리고 라다키언들의 삶 속에 응결된 모종의 지혜를 배우기 위한 탐구와 발견의 여정을 상상했다. 일찍이 라다크를 찾아 그곳에서 인류의 미래를 열어줄 가치와 삶의 양식을 발견했던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이며 생태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의 글 '오래된 미래'를 읽으면서 라다크 기행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나는 몇 년 전에 라다크와 비슷한 풍토를 지닌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하이웨이 기행을 통해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웅대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활상을 보았기에 라다크의 풍경들이 그다지 낯설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너무나 많은 것들에 있어서 라다크는 고유의 색깔과 풍토,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었다. 이번 라다크 여행은 헨리 밀러의 말처럼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을 취득하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여행에 대한 느낌과 호불호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편리함과 불편함 모두 여행자에게는 나름의 가치가 있는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라다크 여행의 기회를 준 혜초여행에 감사를 드린다. 아득한 옛날 신라의 혜초 스님과 당나라 현장 스님이 갔던 라다크의 길 위에서 일행들의 안위를 살피며 뜻 깊은 여행이 되도록 노심초사 힘써준 한주형 대리님과 한국말을 유창하고 위트 있게 구사하며 순간 순간 즐거움을 안겨준 현지 가이드께 감사를 드린다. 불가피하게 돌출하는 의외의 변수들은 현지 가이드 표현대로 변화무쌍한 나라 'Incredible India'에서 맛보는 양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암리차르 와가보더 국기하강식에서 목격한 인도 관중들의 열광, 750kg 황금으로 빛나는 시크교 황금사원, 라다크의 관문 조질라패스의 아찔하고 스릴 넘치는 스위치백 오르기, 화려한 의상을 갖춘 라마교 스님들에 의한 라마유르곰파의 축제, 인더스강이 스쳐 흐르는 울리 숙소 'Ethnic Resort'에서의 감각적인 하룻밤, 헤미스 곰파에서 만난 귀여운 동자승들, 5390m 창라패스를 넘어서 갔던 히말라야 호수 판공초의 신비스러운 물색, 레의 골목과 거리를 오가며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개와 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러한 모습들이 여행자들이 발견하고자 했던 라다크의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