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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푼힐 트레킹 12일
작성일 2019.01.27
작성자 이*원
상품/지역
트레킹네팔 히말라야
역시나 ABC, 혜초!

수염을 밀었다. 대여섯 번 면도기를 물에 씻으며 천천히 깎았다. 나름 어울린다고 自慰했지만, 어쨌든 말끔하다. 조금 다른 사람 같다.

5년 전, ‘네팔에 오셨던 분 계시나요?’ 20명 중 아무도 없었다.
2019년 1월 12일, 똑같은 질문이 되풀이된다. ‘네팔에 와 보신 분 있나요?’ 오른팔을 살며시 들었다. 맞다. 나는 5년 전 네팔에 왔었고, 이번 여행에서 동일한 코스를 걷는다. 일기장을 찾아보니 2014년 1월 4일부터 15일까지였다. 그땐 직항이 아닌 홍콩에서 환승을 했었다.

가본 곳을 두 번 간다는 것!

내 사무실 벽면에 안나푸르나 전경을 붙여놨다. 수시로 보면서, 또 가고 싶다고 한없이 되새겼는지도 모른다. 그랬는지 또 갔다.

이번 트래킹은 내 기억과의 여정이다. 새록새록 기억이 되살아났고, 기억하기 싫었어도 기억나기도 했으며, 기억이 재구성되면서 교체가 이루어졌다.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가 하면, 기억이 사라진 부분도 많았다. 아무리 눈으로 본 것이라도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고, 올바르게 기억하지 못한(않은) 경우도 있었다. 기억의 상기와 상실, 오류와 재구성을 경험했다.

우선, 5년 전과 비교한다. 아니, 어쩔 수 없이 비교할 수밖에 없다. 한번 경험한 것을 낯설게 보고 듣고 느끼려고 해도 절대 한계에 부딪혔으며, 각인된 체험을 제거할 수는 없었다.

* 일정: 이번 일정은 훌륭했다. 트래킹 첫째 날, 워밍업으로 조금 걸었고, 둘째 날도 본 경기 들어가기 전의 몸풀기 수준이었다. 셋째 날은 새벽에 푼힐을 다녀온 다음 조금 길게 걸었지만, 즐겁게 걸을 수 있었다.
5년 전에는, 첫째 날 나야폴에서 시작하여 흙먼지 풀풀 나는 길을 걸어 힐레에 도착했다. 들뜬 마음에 술 한잔(아니 두어 잔) 먹고 잤고, 다음 날 아침 7시 출발, 고라파니까지 가는 길은 길고도 멀었다. 셋째 날은, 새벽 4시에 기상하여 푼힐에 다녀왔고 하루 내내 걸었다고 일기장에 적혀있다. 5년 전 처음 3일 동안, 나는 많이 힘들었다. 술에, 담배에, 스트레스에 내 몸과 마음에 피폐해 있었으며, 막연한 동경에 ABC를 신청했고 보고 싶어 온 곳이었다. 20대의 체력을 회상하며 무모하게 그냥 온 곳이었다. 고통에 어느 정도 익숙하고 고통이 의식을 확장시킨다고 하지만, 확장된 의식의 희열보다는 고통 그 자체였다. 5년 전의 체험을 더 쓰고 싶지는 않지만, 그 고통의 기억이 이곳으로 다시 나를 오게 했다.
아무튼 넷째 날부터는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한 일정이었지만 조금 쉽게, 행복하게 걸었다.

그러나, 누구의 제안과 협의, 조정, 결정이었는지 몰라도, 앞부분의 이 일정은 상 주고 싶다. 그 덕분에 북한산 백운대도 제대로 올라가 보지 못한 파주댁이 이번 트래킹을 거뜬히(조금은 남모르게 힘들었을지 몰라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물론 파주댁은 평소에 건강 관리, 체력관리를 잘 해 왔음에 틀림없다).

* 숙소: 트래킹 첫째 날, 울레리의 숙소를 보고 깜짝 놀랐다. 거의 롯지 5성급이다. ‘이야, 혜초 좋아졌는데...’ 둘째날 고라파니의 숙소도 마찬가지, 최고의 전망을 선사했다.
그러나, 5년 전의 고라파니 숙소는 한참 아래쪽에 있었고, 최악이었다. 얇은 베이아 판 한 장으로 칸막이가 되어있었으며, 황소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곳이었다. 물주머니는커녕 핫팩도 없었고, 이불도 없이(5년 전 트래킹 내내 그랬지만) 침낭 속에서 웅크리고 밤새 버틸 수밖에 없었다.
5년 후 지금, (그 이후의 숙소는 ABC 외엔 동일한 장소였지만) 모두 좋아졌다.

* 식사: 5년 전, 트래킹 내내 대부분 한식을 먹었다고 하면 ‘그것도 트래킹이냐’라고 하는 사람과 ‘황제 트래킹’했냐고 살짝 비아냥거렸다. 그 당시 네팔 최고의 한식 요리사(한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왔으며, 한국 원정대에 스카우트 될 정도의 수준)가 우리 팀에 합류했다고 총대장께서 자랑했다. 잘 먹긴 먹었다.
이번과 어쩔 수 없이 비교하자면, 이번이 조금 더 낫다. 웃는 눈매의 젊은 셰프의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식사 시 내 주변에 주로 앉았던 어르신께서 매번 감탄사를 연발하셨다. 그나저나 식사 후 누룽지(누른밥)는 언제, 어디서 맛보려나~~~

두 번이나 갔던(다녀온) 푼힐/ABC! 내겐 어떤 의미일까?

처음엔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이내 의미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보고 느끼고 체득한 그 자체가 의미이고, 의미 그 자체가 아닐까?

‘처남, 한 번 더 올 수 있어?’, ‘다른 데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매형께서 정말 원하신다면, 나는 세 번도 이곳 ABC에 즐겁게 올 수 있다. 물론, 갔다 온 다음 며칠 쉬고 매형과 함께 곧바로 랑탕이나 무스탕, EBC로 떠나겠지만~~~

PS: 어르신, 대구 아지매, 순천 부부, 부산 부부, 파주댁, 부산 아이돌, 매형, 나 + 고교 동문 4인방, 동행한 우리 팀이었습니다. 탁월한 통솔 능력으로 우리를 보살폈던 Rana 대장님, 여유롭게 팔짱 끼고 앞서서 걷던 Saila, 밝은 표정의 귀염둥이 Udan, 고맙습니다.
평점 5.0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5 식사5
정보
작성자 권*원
작성일 2019.01.28

안녕하세요? 안나푸르나 담당자입니다.

 

먼저, 다시 저희 혜초를 찾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5년동안 발전된 혜초를 알아주시고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중한 여행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드리며, 작은 성의의 표시로 혜초포인트 15,000 점 적립해드리겠습니다.

 

다음에도 더욱 더 발전된 모습으로 모시길 약속드리며,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