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산티아고] 하이라이트 도보순례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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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13 |
작성자 | 박*기 |
상품/지역 | 산티아고/도보여행산티아고/세계의 길 |
(스11) 어설프게 걷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종착점에 다다른다. 오늘은 걷기 마지막날로 산파이오에서 산티아고까지 14키로를 걸은후 콤포스텔라 성당으로 들어가는 코스이다. 모든게 여유로운 아침이다. 짧은거리여서 심적 부담도 없는데 오후일정이 비어있다.마침내 산티아고 대성당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어린애처럼 설레인다. 이나이에 설레임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어제처럼 변덕스런 비가 내리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땅은 질퍽하고 빗발은 사선으로 흩날리지만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남은 짧은 거리가 조금 아쉬운가? 좀 더 걷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 내비친다. 시간도 충분하여 느긋하게 걷는다. 평평한 순례길이 이어진다. 시간이 갈수록 순례자가 많아지는데, 모두들 표정이 밝은 모습이다. 혼자 걷는이들이 많아 보이지만 무리를 지어 걷는이들도 종종 나타난다. 가족단위 행렬도 적지않다. 부부가 걷는가 하면, 아버지와 딸, 할아버지와 손녀가 걷는 모습도 보인다. 보는이의 마음이 따뜻해진다. 덩치큰 털보 순례객이 지나가면서 거의 다왔다고 환한웃음으로 덕담을 건넨다. 전세계에서 다양한 인종이 모여들어서 언어소통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설레이는 마음을 서로 교감하고 싶은데 조심스러운 것이다. 대부분 눈웃음과 부엔카미노로 인사를 하지만 간혹 짧은 영어 대화가 오간다. 짧은 영어에 부담이 가는데 대응을 하다 보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낼 기세다. 아싑지만 적당히 끊어야 한다. 산티아고를 직전에 두고 기쁨의 언덕이 나타난다. 순례자들의 모습을 한 구조물이 있고 멀리 산티아고 대성당이 조망된다. 머나먼 순례길을 완주하고 이제는 눈앞 대성당을 목전에 두고 기쁨에 젖는다는 의미란다. 지금으로 본다면 발 물집, 무릎부상, 몸살 등을 극복한다는 애기겠지만 옛날에는 어땠을까? 운좋게 산적을 피하고 도적도 피해야 한다. 조악한 신발에 허름한 망토수준으로 거친 자연을 헤쳐나가야 한다. 혹시 병이라도 걸리면 첩첩산중 또는 망망들판에서 방법이 없다. 그 모든걸 극복하고 도달한 언덕인데.... 기쁨이란 단어는 똑같지만 그의미와 심도는 비교할수 없으리라. 전 구간을 완주하는지 젊은 여자 순례객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다리를 절뚝거리며 쓰러질듯이 걷고 있다.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이건 본인과의 약속이고 의지의 표현이기때문에 도움이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겠는가.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도시를 가로질러 이십여분을 걷고 캄포스텔라 대성당 광장에 도착한다. 광장은 널디 넓고 성당은 높기만 하다. 미리 짐작은 했지만 성당은 거대했고 고풍스러워 경외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포즈로 성당을 올려다보고 있다. 한쪽에서는 젊은친구들이 커다란 목소리로 합창을 한다. 높은 성당 종탑을 사진에 넣고싶어 카메라를 바닥에 놓고 머리를 맞대면서 씨름을 하는 사람도 있다. 신발 양말 다벗고 큰대자로 누워버린 이도 있고, 성당을 바라보고 무릎을 꿇는 이도 보인다. 나도 그늘가에 신발 양말를 벗고 배낭을 배개삼아 하늘바라보기를 한다. 시간도 많은데 하염없이...과정이 즐거웠던것인가? 막상 광장에 도착하니 허전함이 몰려온다. 왜 걸었을까? 뭐가 바뀌었을까?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걸었고, 걷다보니 행복하다는 느낌이 있었던거 같은데, 왜 행복감을 느꼈을까?...아프지 않고 걷는다는 안도감? 주변 걱정거리를 잊어버리는 편안함? 비록 짧은거리이지만 완주했다는 성취감? 일시적인 행복인지, 마음의 변화인지.....귀국하면 곰곰히 복기해 볼 일이다. 남은 2주간은 또 다른 버킷리스트 내맘대로 유럽 자유여행이다. (스12) 오늘은 정오에 콤포스텔라 미사에 참석하고 오후에 스페인 땅끝마을 피니스테레와 무시아를 방문하는 코스이다. 아침에 시간 여유가 있어서 대성당주변의 구도심지역을 산책하였다. 구도심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골목은 거의 자연발생적이라 원칙도 설계도 없다. 사방으로 갈라지고 흩어지고 또 연결되고 또 흩어진다. 들어가는 순간 헷갈리기 시작한다. 또, 굴곡이 심한 구릉지대에 도시가 형성되어 골목안으로 들어오면 랜드마크인 대성당이 거의 안보인다. 길을 잃어버려 골목 골목을 돌고 도는데 작은 언덕의 공원이 나온다. 중세 건물들과 고목들이 잘 어우러진 공원이다. 높은쪽 언덕배기에 올라서니 비로소 멀리 대성당 종탑이 보이고 방향이 잡힌다. 작은지역이라 방향만 잡히면 길찾기는 쉽다. 공원은 널찍하였고 들꽃들이 화사하게 꽃무리를 이룬다. 선선한 아침바람과 싱그런 초원이 더없이 상쾌하다. 하얀 들꽃을 배경으로 고풍스러운 중세 건물들이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계속 셔터를 눌러본다. 많이 찍다보면 이쁜 사진이 나오기 마련이다. 대성당을 바라보며 공원 출구쪽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운좋게도 아침시장을 만난것이다. 제법 큰 시장인데 야채와 해산물 그리고 치즈, 올리브같은 가공식품들이 가득하다. 시장은 깨끗하고 상인들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친절해 보인다. 도시의 분위기를 느끼려면 시장을 가보라고 했던가. 시민들이나 상인들이나 밝은 표정에 부지런한 모습들이 이도시가 활기에 넘친다는걸 보여준다. 과일가게는 온갖 과일들이 모여있다. 사과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많이 보이는건 다양한 모양의 오렌지이지만 한국에서는 못보는 납작도마토도 있고 정말 못생긴 조롱박 모양의 배도 진열되어 있다. 이곳에서 먹어본 과일중에는 단연코 배가 최고이다. 생긴거하고는 다르게 달고 맛있다. 생선가게에는 싱싱한 생선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데 값이 저렴하다. 게중에 최고라는 털보게도 보인다. 큼직한게 한마리 만오천원이란다. 싼거 아닌가? 옆쪽에는 요리만 해주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고 이제 막 가게문을 열고 있다. 바쁜 아침이다. 정오에 대성당에 입장하여 미사에 참석한다. 미사전 성당 내부를 둘러보았다. 성당안은 거대했고 온갖 구조물들이 사방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가장 붐비는곳은 지하의 금으로 덮혀있는 야곱성인 관이었다. 2층쪽에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이 눈에 띈다. 300여년전에 만들어졌다는데 4000개의 파이프로 이루어졌다 한다. 1970 년대에 파이프만 전면 교체하였다 하는데, 소리는 웅장하기 그지없다. 성가대의 합창과 어우러져 미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합창속에 들려오는 테너 솔로가 더없이 미사를 경건한 분위기로 유도하는것 같다. 미사 절차와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낭낭한 신부님의 목소리가 마음을 펀하게 해준다. 무사히 순례길을 완주한것에 대한 감사인사와 더불어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기도하였다. 오후에는 버스로 1시간반정도거리의 땅끝마을 피니스테레를 방문하였다. 마을 이름은 끝나다와 땅이라는 라틴어의 합성어를 기원으로 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피니스가 finish와 비슷하다. 언제부터 유럽각국의 언어가 분화되었는지 궁금하다. 동양의 한자나 유럽의 라틴어나 같은 동서양의 언어의 기원을 갖고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유럽대륙의 끝 바닷가에 외로운 등대와 바위 위 십자가상이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노란 들꽃들과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새하얀 등대가 멋진 포즈를 취한다. 순례길 0키로 라는 팻말이 보인다. 순례자들의 행렬을 이곳까지 유도하고픈 스토리 설정인것 같은데, 호응도는 많지 않아 보인다. 가이드도 그냥 무덤덤하게 이야기하고 만다. 40여분을 더 가서 무시아마을에 도착한다. 힘든 포교활동으로 지쳐있는 야곱을 격려하기 위해 돌배를 타고 성모마리아가 방문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는 곳이다. 유난히도 거센 하얀포말의 파도가 쉴새없이 바닷가 바위를 두드린다. 뒷산 위에는 거대한 기념석이 높게 버티고 있다. 바닷가 바로 앞 성당안에는 성모 마리아상이 모셔져있어 무시아의 종교적 배경을 잘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이번 순례길은 스페인 동쪽 끝 프랑스령 생장마을에서 시작하여 스페인 서쪽 끝 이곳 무시아까지 이어졌다. 비록 전부 걷지는 못했지만, 걷는 내내 종교적 관점을 떠나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것이다. 이제 이곳 땅끝마을 무시아에서 순례를 마무리한다. 파란하늘 하얀 포말속 끝없이 불어오는 해풍속에 온 몸을 내맡겨본다. 시원하지? 후련한것 같은데...행복한가? 살아 숨쉬는 나를 의식한다.
평점
4.6점 / 5점
일정5
가이드4
이동수단5
숙박5
식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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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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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5.03.13 |
안녕하세요. 혜초여행 박유나 대리입니다.
정성스럽게 써주신 순례길의 여정을 읽으며, 마치 저도 함께 걸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셨던 설렘과 감동, 그리고 여운을 공유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소정의 혜초여행 포인트를 적립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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