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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칼라파타르 산행기 (3)
작성일 2013.03.26
작성자 최*호
상품/지역
트레킹히말라야


□ 제 2일 (카트만두 → 루크라(2840) → 팍딩(2610); 산행시간 4시간 30분(휴식 포함))

• 4시 30분 모닝콜 전화벨. 카고백에 짐을 정리하여 문밖에 내어 놓는다. 5시경 모두 호텔로비에 모여, 국제선과 같은 지역에 있는 카트만두 국내선 터미널로 전용버스로 이동. 이른 아침이라 길거리는 매우 한산하다. 곧바로 호텔동쪽 5km 떨어져 있는 공항에 도착한다.

• 여러 번 안전검사를 당한(?)후, 짐 부치고, 대기실에서 호텔에서 싸준 간편식을 먹는다. 잠시 후 비행기를 타란다. 그것도 제 시간에. 어제 기도가 통했나 보다!. 나가보니 가냘픈(?) 20인용 정도의 프로펠러 경비행기이다. 이륙 후 여 승무원이 바구니를 내민다. 사탕과 맨 솜이다. 솜을 뜯어 귀를 막는다. 비행기는 좀 위 아래로 좀 출렁거리다 잠잠해 진다.


<이 아쒸가 조종을 한다....제발 살살 몰아주세여~~>

• 비행기가 카트만두 시내를 곧 벗어나니, 히말라야의 날카로운 백설 연봉이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장대하게 펼쳐진다. 발밑의 낮은 산 여기저기 계단식 밭과 띄엄띄엄 농가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 40여분 후 비행기가 어느 큰 산 골짜기로 들어가나 싶더니, 덜컹거리며 곧 바로 착륙한다. 활주로가 급경사인 루크라(Lukla) 비행장이라 좀 불안했는데 무사히 착륙했다. 하긴 그 짧은 항공모함에서도 빠른 전투기도 착륙하는데 괜찮겠지 뭐. 애써 안심한다.

• 우리 5명이 먼저 도착했다. 가이드가 근처 전망 좋은 호텔 2층으로 안내한다. 여유롭게 차 마시며 경사진 활주로로 아슬아슬 이착륙하는 항공기들과 그 배경의 루크라 마을과 뒤 높은 설산을 사진에 담고 있는 동안 나머지 일행이 도착하였다.

• 호텔 정원에서는 포터들이 카고백을 소 등에 싣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녀석은 꾀가 나는지 몸을 틀며 이리저리 피한다. 고삐를 쥐어튼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짐은 싫은가 보다.

• 롯지 정원에 모두 모여, 인솔자의 독특한 산행 체조로 모두들 몸을 풀고, 산행출발의 파이팅을 외친다. 기념 단체 사진도 한 장 찍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대장정(?)이다.

• 인솔자분이 산행 대형(?)을 지시한다. 긴 산행시간과 거리라 앞뒤 간격이 한 시간 이상 벌어져 그렇게 해야 한단다. 대형 맨 앞에 선두가이드가 서서 길 안내와 산행 속도 조절을 하고, 대형 중간에 가이드들이 붙어 중간 그룹들을 안내하고, 대장가이드와 인솔자가 맨 뒤에 따라오면서 상황 처치와 마무리를 하는 식이다. 체계적이다. 이 대형은 앞으로 산행 내내 계속 된다.

• 루크라에서 팍딩까지는 표고차 200m 정도의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다. 그래서인지 걷는 것이 평지와는 별반 다르기 않았다. 높이는 백두산(2,744m) 이상인데도 말이다. 루크라 동내를 지나 끝에 다다르니 아치 위에 여인상이 보인다. 가이드에 의하면 네팔여성으로는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죽은 여성 산악인 ‘파상 라무’란다.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은 1975년에 등정한 일본인 다베이 준코이다) 눈 높여 양편에 장대한 설산을 두고 상하좌우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다. 여기도 봄이 왔는지 길옆에 파릇파릇한 채소와 군데군데 네팔 아낙들이 밭고랑 내기를 하는 것이 보인다.


<쿰부 히말의 관문이 되는 '파상 라무' 게이트>

• 3시간 정도 산길을 걸으니 누르닝(Nurning) 마을 근처이다. 고추장 비빔밥으로 첫 산행 점심을 달게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1시에 출발. 오후 햇볕은 점점 더 따가워지고 기온은 10도 이상으로 올라 이마와 속옷에 땀이 밴다. 챙 넓은 카라반 모자와 선글라스를 배낭에서 꺼내 쓰고, 오리털 점퍼를 벗어 넣는다.

• 출발 얼마 후 자그마한 라마교 사원. 사진으로 보았던 라마 불교탑 “초르텐”이 보인다. “마니차”도 보인다. 불경을 넣은 원통인데 한번 돌리면 한번 불경을 읽는 것과 같아 득도에 다다른다는 통돌이(?)이다. 또 바위 곳곳에 새겨진 “옴마니받메흠(om ma ni pad me hum)”의 산스크리트어 6자가 새겨진 “마니석”들도 보인다. 이 글자들은 “관세음보살의 자비에 의하여 번뇌와 죄악이 소멸되고 온갖 지혜와 공덕을 갖춘다”는 뜻이며, 또한 각 글자마다 고유의 여러 뜻도 있단다. 이곳 네팔 쿰부 지역은 가히 “신의 나라”란 말이 실감이 난다.


<뉴르닝(Nurning, 2592m)의 라마교 사원. 라마불탑 초르텐과 ‘옴마니받메흠“을
산스크리트어(범어)로 새긴 라마석들이 보인다>

• 3시경 폭이 2∼300m쯤 되는 출렁다리(?)에 도착한다. 일종의 현수교로서 강 양편에 묶어 놓은 굵은 쇠줄 몇 가닥에 사람이 간신히 교행 할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철판 조각으로 발판을 만들어 놓은 다리이다. 흔들거려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 이 두드 코시(Dudh Koshi)강의 출렁다리를 건너 오늘의 목적지인 팍딩(Phakding) 롯지에 도착한다. 얇은 판자벽 방에 들어서니 나무 침대만 뎅그러니 놓여있다. 이불은 없고. 포터팀에서 운송한 카고백이 방 가운데 놓여있다. 롯지 화장실은 공용이고 수세식이다.

• 짐을 풀고 가벼운 차림으로 다리를 건너 반대편 강가에 선다. 세차게 바위에 부서지는 강물 속은 옅은 옥색이며 차디차다. 여기도 석회석이 녹은 물인 것 같다. 아마 마실 수 없을 것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물고기도 없단다. 찬 얼음물에 세수하고 발을 담그며, 이 물의 원천인 에베레스트 빙하를 잠시 떠올린다.

• 저녁 6시쯤 가이드가 깨운다. 내려가니 보쌈 정식이 차려져 있다. 맛을 보니 국내와 같다. 가스등을 밝혀 놓고 모두들 허기를 채운다. 식사를 마치자 인솔자분이 가이드, 쿡 등 현지 지원 스텝들을 소개한다. 주방장은 한국음식 경력 35년인 베테랑이며, 한때 박영석 원정대의 쿡도 담당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 놓는 음식 마다 우리 맛 이상 이다.

• 밤이 되니 쌀쌀해진다. 영하는 되지 않더라도 한자리 온도는 되는 것 같다. 식당에서 받아온 더운 물병을 얼른 침낭 발치에 넣어 이리저리 굴려본다. 곧 침낭 전체가 따뜻하여져 누어있으려니 잠이 솔솔 밀려온다. 오늘 첫날 고단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