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칼라파타르 산행기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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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3.26 |
작성자 | 최*호 |
상품/지역 | 트레킹히말라야 |
□ 제 3일 (팍딩 → 몬조(2835) → 남체(3440); 6시간 30분) • 일찍 잠이 깬다. 1시가 좀 넘었다. 정신은 맑고 차다. 창의 커튼을 살짝 걷으니 밝은 달빛에도 왕방울만한 별들이 손에 잡힐 듯 총총하다. 주변은 조용하고 강 물소리만 요란하다. 이제 대자연의 품에 안겼다는 것을 비로소 느낀다. 살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온다. 어릴적 시골 고향에서 세던 별자리들이 보인다. 정원 수돗가에서 찬물로 세수를 한다. • 6시 가이드들이 따뜻한 차를 들고 문을 두드린다. 예의 모닝티 이다. 빈속에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한기가 훨씬 덜어진다. 카고백을 꾸려 문밖에 놓고, 7시 롯지 식당에 내려간다. 일행 모두들 생생한(?) 표정들이다. 오늘 아침은 미역국. 일행 중 한 분이 오늘 생일이란다. • 보온병에 더운물 받아 방으로 올라가 배낭을 챙긴다. 걸으며 마실 물이다. 고소병을 예방하려면 물 많이 마시라고, 그것도 따뜻한 물로. 어제 햇볕 따가워, 오늘은 난생 처음으로 썬크림을 덕지덕지 바른다. • 7시 50분 롯지 정원에 모여, 어제했던 산행 체조를 하고 파이팅을 외친다. 우리 대장 말씀이 오늘 산행은 고되단다. 거리가 아니라 높이 때문에. 남체까지 800m 이상을 하루에 오를 예정이다. 등산 교과서에서는 하루에 300∼400m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였는데... 좀 걱정이 된다. 잘 해낼 수 있을까? • 8시 출발. 룸메이트 최 선생과 후미에 선다. 교과서대로 천천히 느리게 “살짜기 옵서예” 걸음으로... 좀 오르니 눈 들어, 아니 눈만 들어서는 안 되고 목도 들어(?), 봉우리가 화살촉 같은 뾰족 설산을 본다. 탐세르쿠(Thamserku, 6618)란다. 이 설산을 보며 강을 따라 조그만 동네들을 지나 11시경에 몬조(Monjo)라는 좀 큰 동네에 도착한다. • 우리 쿡팀은 어느새 도착하여 점심을 마련했다. 조금 전 식기를 이고지고 뛰면서 우리를 추월하더니 벌써 와 준비해 놓았다. 점심은 향이 진한 카레 밥이다. 김치에 곁들여 달게 먹고 정오경에 다시 출발. • 조르살레(Jorsale)의 출렁다리를 넘어 남체고원 밑 듀드코시강 합수처에 도착하여 쉰다. • 이 지점은 상류 에베레스트, 초오유, 마칼루에서 발원한 두드코시강 본류와 낭파(Nangpa)고개에서 발원하는 보테코시(Bhote Koshi)강과의 합수점. <남체 오르기 직전의 두드코시 강의 가장 높은 출렁다리를 등짐 실은 소들이 건너고 있다. 사람은 다음 차래. 왼쪽은 보테코시 강> • 심호흡. 이제부터 600m 이상을 단번에 올라야! 드디어 가장 높은 출렁다리를 건너 남체행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 중간 중간 쉬면서 천천히 느리게. 앞서 일행 중 막내 여성인 안 선생이 올라간다. 이 분 걸음은 우리보다도 느려서 앞지른다. 하지만 쉼 없이 차분히 걸으니 곧 우리를 넘을 것이다. • 약 2/3 지점을 오르니 누가 저쪽 계곡 넘어 에베레스트가 보인다고 소리친다. 보니 먼 곳 구름에 가린 흰 설산 봉우리가 아득히 보일락 말락 한다. 사진에 담아보지만 여의치 않다. 보여주기 싫은가 보다. • 이제 마지막 힘내어 한걸음 한걸음 오른다. 숨은 턱에 차고 머리는 뻣뻣해지고. 짐 소는 아예 길바닥에 꿇어 주인의 매질에도 일어나지 못한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도 안쓰럽다. • 드디어 3시경 남체 마을 입구 검문소(?)에 도착. 주관사측에서 일괄 입산 신고를 한다. 앞을 보니 서편에 또 다른 설산 연봉 누프라(Nupla, 5885), 타르티카(Tartikha, 6186)와 콩데(Kongde, 6086)가 일렬로 떡 버티고 있다. 누프라의 수백m 이상의 빙폭이 위용을 보이니, 빙벽 전문가인 우리 최 선생이 연신 감탄을 한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것이 있다면.. • 좀 더 걷자니 앞에 남체 경사분지에 계단식으로 지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남체 초르텐 옆, 콸콸 흐르는 개천에서 동내 아낙네들이 양탄자를 빨고 있다. 이이들 손에 이끌려 야크들은 목을 축인다. 그런데 저 많은 양의 물은 어디서 오는지! • 비탈 계단식 집들을 올라 숙소 롯지에 도착. 길 건너 별관 2층 방에 짐 풀은 후, 우선 방전된 사진기와 휴대폰의 배터리 충전(250루피/건)을 롯지 프론트에 맡기고 잠시 최 선생과 남체 바자르 시장 구경. 수퍼마켓, 식품점, 등산장비, 옷가게, 사진점, 인터넷방, 까페, 술집, 당구장, 우체국, 은행 등,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음” 이다. 한 등산점에서 “Everest BC(5365M)”라고 쓰여진 벙거지 털모자를 동료들과 단체 구입 흥정으로 싸게 샀다. 이번 에베레스트 BC에 갔을 때 한번 써 보아야지. • 6시 롯지에 모여 닭도리탕을 곁들인 일행의 생일파티. 양주 맥주 곁들여 생일을 축하하고 주거니 받거니. 내일이 걱정이 되어 술은 좀 참는다. 그런데 벌써 몇 분이 고소증상을 호소한다. 이 곳이 3440m 고소임을 실감한다. • 앉아있자니 나도 머리가 살살 아파오고 숨 쉬기가 좀 거북하다. 7시경 일찍 방에 들어와 잠을 청해보나 어렵다. 새벽까지 뒤척뒤척. 숨은 가빠오고. 이런 것이 고소증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