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와 칼라파타르 산행기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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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3.03.26 |
작성자 | 최*호 |
상품/지역 | 트레킹히말라야 |
□ 제 8일 (딩보체 → 투클라(4620) → 로부제(4910); 6시간) • 오늘은 새벽 3시경에 잠이 깼다. 어제 한 잔해서 그런지 푹 잔 것 같다. • 여기서도 커튼을 들추니 콩알만 한 별들이 하늘에 가득하다. 바람은 거세나 하늘은 맑다. 기온은 영하 5도. 커튼을 좀 걷고 누워서 아마다블람의 동트는 모습을 보니 장엄하다. • 일어나 물휴지로 고양이 세수하고, 카고백과 배낭을 챙긴다. 오늘은 날씨도 춥고 5000m 고소 산행으로 겨울 산행채비를 단단히 한다. 웃옷은 속옷 2겹, 오리털 점퍼, 오버트라우저를, 아래는 겨울바지 밑에 타이즈 속옷, 여기에 목가리개 및 스키용 털모자를 쓴다. • 아침식사에 2∼3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식사하기도 어렵다고. 또한 산행 전 체조에도 열분 정도만 참석한다. 조금씩 일행들의 건강상태가 어려워지시는 것 같다. • 오늘은 산행때 심박계로 측정해 봐야겠다. 딩보체 언덕을 넘자 어제 본 평원이 나온다. 평원 좌측으로 부터 아마다블람, 캉테가, 타부체, 촐라체, 아라캄, 로부체까지 6000m 이상의 고봉들이 줄줄이다. 평원을 천천히 나아간다. 군데군데 여름 목축지와 빈집들이 보인다. • 딩보체 평원을 통과해 좁은 비탈길을 한참 걸으니 큰 언덕 밑에 롯지가 보인다. 3시간 20분 걸어 집 한두 채인 투클라(Thukla)에 도착한다. 일단 롯지 앞마당에 배낭을 놓는다. 그런데 옆에 직경 2m 정도의 2개 태양 반사경이 보인다. 보니 이 반사경 오목거울 초점 부위에 얹어 놓은 주전자에서 물이 끊고 있다. 태양열로 물 끓이다니 신기하다. 사실 이곳 기압이 대기압의 60% 정도로서 끊는 온도도 대략 85도 내외 일 것이다. 좌우간 연료 구하기 어려운 곳에서 좋은 생각이다. • 아침에 차고 온 심박계를 본다. 최대 맥박수 분당 117, 평균은 93. 이 정도면 평지에서 달리기할 때 보통 평균 130∼140회 비하여 한 참 작은 수치이다. 그런데 왜 숨이 찰까? • 카레밥 점심을 한 후, 1시경 부터 눈앞의 언덕(?) 200m를 천천히 오른다. 200m가 아니라 500m를 오르는 듯 쉬면서 오르니 또 다른 평원이 나온다. 평원이라기 보다는 평평한 빙하지대 이다. • 좀 가자니 돌로 쌓은 묘비석이 즐비한 추모 공원이 나온다. 가까이 가서보니 등반하다 사망한 사람들의 추모비 이다. 어떤 비석은 글로 짧은 일생을 말하고, 어떤 곳은 웃는 모습의 사진만 있다. 모두 젊은 사람들이다. 산이 좋아 그 귀한 젊은 생명까지 내 놓다니, 왠지 숙연해진다. 명복을 빈다. <로부제 가는 길목의 산악인 추모공원. 앞쪽의 아마다블람과 캉테가가 젊은 영혼 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 이제 로부제 롯지까지는 비교적 평지이다. 다시 걷기 시작하여 3시 반쯤에 롯지에 도착. 후미는 1시간 후에나 도착. • 방에 놓여있는 짐을 푸니 온 종일 고단함이 몰려온다. 머리, 어깨가 다시 슬슬 아파온 다. 내일 에베레스트 BC로의 긴 산행이 걱정이다. 어제 먹은 술의 영향일까? • 모두들 추운 난롯가에 모여 내일을 걱정한다. 오늘 밤은 더운 물통과 함께 가져온 비장의(?) 핫팩을 사용해 보기로 한다. 핫팩을 주물주물하여 침낭에 넣으니 내부가 후끈거린다. • 잠을 청해보나 호흡하기가 계속 불편하다. 종종 심호흡을 해야 된다. 이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10시 넘어 까지 잠을 못 이룬다. 일어나 물먹기, 연신 물휴지로 입 축이기로도 쩔쩔맸다. 어제 받은 다이아목스를 여기저기 뒤져 찾아보았으나 허탕. 5000m되니 드디어 나에게도 올 것이 오려나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