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프리카의 눈물보다 힘든 킬리만자로 표범의 고산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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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8.08 |
작성자 | 정*남 |
상품/지역 | 트레킹동남아/홍콩/대만 |
한 삼 년 전쯤 이었을까. 나는 안나푸르나와 에베레스트 칼라파트라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고산에 대한 어려움과 고생의 크기 만큼 희열감도 높다는 것을 잘 안다. 이것이 나를 다시 아프리카 킬로만자로로 향하게 한 힘이다. 이번에는 막역한 형 아우 사이인 한국열관리시공협회 김병규 회장도 동행한다. 우연히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프리카 킬로만자로 등산 얘기를 했더니, 같이 가겠다며 나선다. 날짜를 잡으니 이래저래 시간이 잘 간다. 3년 전 체력은 어느새 동이 났는지 예전 같지 않다. 체력을 키우는 데 전력투구 해도 모자라는 시간이지만, 주위 상황은 이런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 술 마시는 행사는 줄을 섰고, 결국 출국 전날까지 ‘만땅’으로 취했던 것 같다. 드디어 출국 당일인 7월 12일. 저녁 8시까지 인천공항 집결장소로 나가니, 먼저 와 기다리던 김 회장이 반긴다. 일행과 대충 눈인사를 나누고 박대훈 대장의 설명을 들었다. 이번 등반은 모두 17명이다. 안나푸르나 때는 세 명으로 단촐했는데, 그보다 인원이 많아 걱정스러움도 밀려온다. 부부 동반은 물론 아들과 함께 가는 엄마, 혼자 오는 중년…. 정말 그 모양새를 보면 그냥 중국 황산 정도 가면 딱 좋을 것 같다. 옆에 있던 김 회장도 투덜거린다. 물이 안 좋다며. 비행기가 이륙한다. 다행히 대한항공 직항으로 운행된 지 한 달밖에 안되서인지 여행객이 적다. 13시간 동안 어떻게 날라갈까 걱정이었는데, 자리 걱정은 없다. 기내식을 먹으니 와인을 준다. ‘곱배기’로 달라고 하니 승무원이 웃는다. 연거푸 세 잔을 마시니 조금은 알딸딸해진다. 그래도 성이 안차 인천공항에서 산 소곡주(40도 짜리)를 꺼내 마시고서야 잠이 든다. 눈을 뜨니 세 시간 후며 케냐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이란다. 대략 7시간을 잔 것 같다. 한국과 케냐와는 6시간 시차다. 도착해 입국 심사장으로 간다. 공항 통로가 온통 얼룩말 사진으로 도배돼 있는 것을 보고 아프리카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비자비로 50달러를 달란다. 심사를 마치고 세관검색대를 통과하려고 하니 뚱뚱한 세관 아줌마가 가져온 가방과 함께 카고백 전부를 열어보란다. 옆 통로는 그냥 통과하는데…. ‘어디 가나 줄을 잘서는 것이 세상사 이치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때 박 대장이 나타난다. 단체로 먹을 식량박스도 열어보란다. 난감하다. 그 다음날인 13일 아침 7시쯤 공항 밖에 나오니 봉고보다 좀 큰 버스가 서 있다. 주차가 몹시 무질서하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박 대장이 서로 자기소개를 하잔다. 얼마 전 배링해협을 횡단한 윤 대장도 등반객으로 혼자 왔다. 인천공항에서 본 모습과 달리 역시 관록들이 대단하다. 난 앞자리에 탔는데 뒤쪽 부부가 떠들썩하다. 육두 문자는 기본이고 부부 간 밤에만 할 소리도 거침없이 해댄다. 참 호탕하고 재미있다. 나중에 문제를 일으키긴 했지만. 오늘은 탄자니아로 가기 위해 나망가라는 국경으로 이동해야 한다. 얼마쯤 왔을까. 15년 전쯤 중국에 갔을 때의 어수선함이랄까. 우리네 70년 초의 촌락마을의 장터 같은 아프리카의 정취를 느낀다. 휴게소다. 잠시 쉬었다 가잔다. 뒷마당에 가보니 숯이 한 포대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케냐는 대부분 숯으로 취사를 한다. 황폐한 우리나라 60년대 산림녹화가 생각난다. 특이한 건 숯뿐만이 아니다. 여인들 엉덩이가 미(美)의 기준이란다. 엉덩이가 큰 ‘빅마마’가 단연 일등 미인. 영화에서 보았던 덩치 큰 아줌마가 마당에 서 있다. 일행 모두의 시선은 ‘와’ 하고 그 아줌마에게 꽂혔다. 한 세 시간쯤 왔을까. 케냐와 탄자니아 국경검문소인 나망가다. 마사이족 할머니들이 조각, 목걸이를 가져와서 사달라며 끈질기게 들이민다. 우리 일행은 들은 척도 않는다. 초입에서 물건 사서 가져갈 수도 없지만 마음에 여유도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검문소 주변을 사진 찍은 것 같다. 총 든 순찰병이 와서는 카메라를 보면서 삭제하라고 윽박 지른다. 얼른 삭제하니 병사가 다시 확인한다. 전자로 지문날인도 한다. 여권에 출국도장을 ‘꽝’ 찍어준다. 세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바로 출국이라니…. 문 열고 한 20미터나 왔을까. 이번에는 탄자니아국경이란다. 여기서도 50달러 내니 입국비자를 준다. 그런데, 정작 국경을 통과할 때는 아무도 인원수와 여권을 확인하는 사람이 없다. 좀 허망하다. 탄자니아의 끝없이 황폐한 벌판길을 한없이 간다. 차장 밖은 이미 경작 후 말라 죽은 옥수수 밭이 어린 마사이족이 몰고 가는 마른 양떼와 겹쳐 몹시 불쌍하고 측은하다. 작년에 MBC에서 방영한 환경다큐 ‘아프리카의 눈물’이 생각난다. 우리의 몰상식한 자원낭비가 지구의 온난화를 일으킨다는데, 고통받는 원주민이 그 이유를 알면 분개할 것 같다. 아루샤라는 도시가 가까워지는 가보다. 주요소, 상점, 특히 노천 병맥주집이 즐비하게 거리에 줄을 잇는다. 숙소인 인펠라호텔에 도착하니 제법 손색없는 호텔이다. 작지만 수영장과 뷔페 식당도 있고 방도 기대 이상이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차에 막내인 태훈이가 맥주를 마시겠단다. 한 잔 사겠다며 일어서는데, 봉고 버스에서 본 육두 부부 중 남편이 맥주 20병을 쏘겠단다. 이런 감사할 수가…. 여기도 맥주값은 병당 삼천 원. 쏘는 이유는 오늘 결혼했단다. 부인도 혼자 왔는데 자기도 혼자와 공항에서 만나 부부하기로 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좀 혼란스럽지만, 맥주 맛은 기가 막힌다. 칼칼하던 목구멍을 시원하게 적셔준다. 상표도 킬로만자로 비어다. 점심을 먹는다. 아프리카에서 처음 먹는 밥이다. 근데 제법 맛이 좋다. 집밥이나 다름없다. 식사 후 어수선한 시내를 한 바퀴 도보로 투어하기로 하고 호텔을 나서니 정신이 없다. 차량도 많고 먼지도 많고. 그 중 제일 많은 것은 코카콜라 광고 간판. 한 10m에 하나씩 아프리카 전체에 도배한 것 같다. 공정무역이니 하지만 이미 자본침략 광경을 보니 전쟁터와 같다. 길거리에는 많은 작은 나무가 비닐 봉지에 담겨져 키워지고 있다. 비닐을 보니 상당히 오래 방치된 것 같다. 나중에 보니까 다 주인이 있는 묘목 상가다. 누가 사가는 흔적이 없는데…. 주유소 휘발유값이 경유값과 차이도 없으면서 대략 1,600원 정도하는 것 같다. 상당히 비싸다. 가로등에 낼모레 나이트클럽에서 댄스퀸 선발한다며 광고지도 붙어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은 것 같다. 저녁 먹고 지루할 즈음 로비에 나가보니 한국 사람들로 시끌벅적하다. 다른 여행사에서 온 팀인데, 나이로비 직항 대신 환승하는 좀 싼 항공으로 왔단다. 이번 경비는 우리보다 오십만 원 정도 싸단다. 이번 일정 중 최고인 암보셀리 국립공원사파리에 있는 롯지에서도 못 잔다니 후회가 클 것이다. 가짜 결혼한 그 육두 부부의 웃음소리에 밤은 깊어진다. 서울을 출발해 첫 밤이다. 하루에 3개국을 거쳐 온 굵고 긴 여정이다. 내일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14일 아침이다. 서둘러 호텔을 출발한다. 산행의 시작인 마랑구게이트까지 가는 중간에 화장실도 갈겸 휴게소에 들린다. 길 옆에서 양고기 통다리를 불에 굽고 있어 침이 ‘꿀꺽’ 할 때 전통복장을 한 동네 할머니가 보인다. 74세란다. 가져간 폴로라이드 카메라로 찍어주겠다고 하니 아주 좋단다. 찍고 마를 동안 필자와 디카로 한 번 찍자고 하니 고개를 돌리고는 웃지도 않는다. 나중에 보니까 초상권 1달러를 못받아 화났다고. 중간에 루루라는 현지 가이드가 옆에 동승한다. 잘생긴 데다 능글맞다. 김병규 회장이 비타민을 주길래 ‘비아그라’라고 하니까 아주 감격한다. 모레 밤에 꼭 쓰겠다며 능청을 떤다. 모시라는 도시 재래시장에 잠깐 들른다. 동내 아줌마 몇이 과일을 팔길래 디카를 들이대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초상권이 무조건 1달러란다. 오는 내내 적용되니 꼭 참고해야 봉변을 당하지 않는다. 동네 어귀가 소란스럽다. 악대 나팔과 의사의 흰 가운을 입은 백여 명이 노래 부르고 박수치며 야단이다. 대체 이 행렬은 무엇일까. 가이드가 기독교 부흥회란다. 드디어 오르막이다. 산으로 가는가 보다. 바오바브나무가 보인다. 무지하게 크다. 오백 년 되었다는데 사람이 개미만 하다. 해발 1,970m 마랑구 게이트가 보인다. 입산 수속하고 점심은 지붕만 있는 노천에서 요상한 도시락으로 때운다. 현지인들이 자꾸 모자 같은 것 사란다. 아무도 사지 않아 미안한 마음으로 삶은 계란을 주니 고맙단다. 이제 출발이다. 입구에서 등정을 기원하는 파이팅을 하고 올라간다. 숙소인 만다라산장까지는 한 세 시간 걸린다고 이정표에 써 있다. 열대림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네 까마귀 같은 새가 겁도 없이 다가온다. 몽구스도 있다. 내가 아프리카이 와 있는 실감이 조금 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가는데 일행 중 ‘엄마야~’ 하고 소리를 지른다. 어디서 개미를 만났는지 몸 속에 여러 마리가 요동친다. 발밑을 보니 길바닥에 아주 작은 개미가 무지하게 많다. 혹, 전쟁개미가 아닐런지. 오후 네 시쯤 2,720m 만다라산장은 안개 속에서 웃고 있다. 우린 한 쪽 켠 산장 한 채를 사용한다. 인종 전시장 같다. 흑백에 노랑과 동서양이 다 모여 있다. 그 가짜 부부의 부인은 유창한 일본어로 일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넉살도 좋다. 잠시도 못 있는다. 또 이번에는 독일 사람과 대화 중이다. 넘 오지랖이 넓다. 저러면 지칠 텐데 좀 걱정스럽다. 이와 등급이 비슷한 아줌마도 좌충우돌이다. 눈에 거슬린다. 암튼 국내나 히말리아에서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어수선함이 곳곳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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