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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터키에서..
작성일 2009.05.18
작성자 권*혁
상품/지역
트레킹


터키에 도착한 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 우연히 여권에 찍힌 스템프를 보니 9월 20일날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했더군요. 사실 저는 여행이 너무 바쁘게 흘러가는게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 제가 선택한 것이라서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 도착한 후 4일은 정신없이 쉬면서 이스탄불 시내를 구경하고 여기서 알게된 배낭객들에게 그리스 섬이 좋다는 소리를 흘려듣게 되었죠. 그런데 10월이 지나면 그리스 섬에 갈때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도 안 좋아져서 페리가 뜨는 횟수도 줄어든다고 빨리 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괜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성격이 좀 문제긴 한데 귀가 워낙 얇은지라 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리스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물론 그리스도 한번은 가고 싶었던 나라지만 크게 기대는 안하고 있었지만 아테네는 워낙에 대부분의 유물들이 모두 대영박물관으로 넘어가면서 별볼일 없었다고 쳐도 산토리니 섬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특히나 이아마을은 제가 상상하던 그대로 전형적인 하얀 집들에 파란색 대문을 단 아름다운 마을이였습니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에 나왔던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멋진 석양을 감상하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지만 한가지 아쉬운건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다들 연인들인데 전 중국인 여자친구와 단둘이 있었다는 게 걸리더군요--; 나중에 꼭 다시 신혼여행으로 오던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 중국 친구도 같은 생각이더라구요.

산토리니에 있다가 크레타섬을 가니 섬이 워낙 큰지라 크노소스 궁전과 고고학 박물관만 보고 떠났습니다. 크레타섬에선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빨리 뜨고 싶더라구요. 왜냐하면 산토리니에서 크레타로 가는 페리가 오후 5시 30분하고 5시 45분 두개밖에 없었는데 크레타에 도착하니 9시더라구요. 늦게 도착하다보니 숙소를 찾는데 좀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이드북에 나온대로 열심히 찾아갔습니다.

작은 호텔들이 대부분 사람들이 다 찼다고 하더라구요. 아직까진 그리스는 성수기가 끝나가는 시점이라 여전히 섬을 여행하는 유럽인들이 많았습니다. 호텔 3군데를 다 둘러봤는데 결국 다 차서 배낭을 매고 낑낑대며 유스호스텔로 갔습니다. 가이드북에도 이 곳 유스호스텔은 지저분하니 왠만하면 다른데 가라고 써있길래 혹시나 하고 가봤는데 정말 썰렁하긴 하더라구요. 도미토리에 저밖에 없었으니까요--; 옆방에 남자 도미토리엔 한국 아저씨 두명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피곤한 몸을 침대에 기대 누웠는데 1시간이 지났나.. 계속 온몸이 가려운 것이였습니다. 모기가 있나 하고 무시하고 다시 잠을 자려는데 계속 이곳 저곳이 가려웠습니다.

결국 불을 켜고 뭔가가 있는지 살펴보니 아무것도 안보여서 다시 모기인가 하고 잤는데 가려워서 탁하고 쳤더니 뭔가가 잡혔는데 작은 벌레가 있더군요.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아침에 옆방 아저씨들하고 논의 끝에 빈대가 아닌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저씨들 방에는 서양남자애들도 자고 있었는데 다들 긁으면서 이유를 모른채 잤다고 하면서 제가 빈대인것 같다고 했더니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무척이나 황당해 하시더라구요. 저 역시 유럽에 대한 이미지가 그닥 나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빈대를 만나게 되다니 좀 황당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티벳에서 한번 물리고 인도에서 한번 물린 후론 이렇게 많이 가려운건 처음인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저분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솔직히 아직도 긁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엇그제 일이니--;;

그래서 다시 아테네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오늘 돌아왔습니다. 이스탄불에는 저번에 4일동안 있으면서 시내 구경을 했었는데 이스탄불의 유럽지구와 아시아지구를 가로지르는 마르마라해가 정말 멋지고 이곳은 아직까진 유럽이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내일 카파도키아로 밤에 떠날 예정인데 그쪽은 또 시골이라 분위기가 다르겠죠. 처음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트램을 타고 술탄아흐멧지구가 배낭객들이 가장 많이 묵는다고 해서 가다보니 바깥으로 보이는 파란 모스크가 보이길래 여기가 블루모스크인가보다 했더니 이스탄불에는 비슷한 모스크들이 꽤 많더군요--;

다 블루모스크처럼 보입니다만 블루모스크라 불리는 술탄아흐메트자미는 대부분 모스크에 미나렛이 4개인데 반해 미나렛이 6개라 이슬람 모스크 중에선 독특하다고 하네요. 내부에는 유럽같은 분위기의 이스탄불 시내와는 달리 또 다른 세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물론 라마단 기간이라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랑 관광객들이 많이 찾다보니 조금 분주하긴 하지만 가운데 선이 있고 그 앞으로는 무슬림 남자만 출입이 가능한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엄숙하고 저 까지 괜히 알라를 찾게되는것 같습니다. 모스크에 화려하게 장식된 파란색 타일때문에 이곳이 블루모스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인도에 있다가 터키로 오니 갑자기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게 느껴지고 입장료도 어른은 워찌나 비싸게 느껴지는지 혹시나하고 TC증을 꺼내보여주었더니 오스만 왕조가 살았던 토프카프 궁전과 고고학 박물관은 무료로 입장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이럴줄 알았으면 인도에서 진작 써먹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도 써먹었는데 아크로폴리스는 안된다고해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고고학 박물관은 또 무료로 들어갔답니다.ㅋㅋ 혹시 여행사 관두더라구도 TC증은 잘 챙겨두세요. 여행할때 혹시나하고 내밀면 입장료 줄일수도 있답니다. 솔직히 학생하고 어른 요금이 거의 반정도 차이가 나서 국제학생증을 위조하고 싶은 마음까지 있었지만 TC증이 조금 도움이 되네요^^; 너무 많은걸 밝혔나..

아무튼 너무 오랜만에 한글 자판이 뜨는 인터넷을 만나다보니 반가워서 몇자 적어봤습니다. 방금전에 이스탄불 다시 와서 정신이 없었지만 샤워하고 나니 조금 정신이 들어서 끄적여봤습니다. 카파도키아가 추워진다고 해서 내일 빨리 가서 구경하고 나면 그땐 조금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 카파도키아가 고원지대고 사막기후를 보이는 곳이라 10월 넘어가면 이곳도 추워져서 문을 닫는 곳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문닫기 전에 빨리 가야할것 같아요.

그리스는 비수기가 되면 물가가 싸지는데 터키는 비수기가 되면 호텔들이 문을 닫아서 물가가 더 비싸진다는 그리스 아저씨의 충고를 들은지라 마음이 급합니다. 여행이 조금 의무감으로 바뀌는 것 같아 아쉽지만 카파도키아를 보고나선 조금 괜찮겠죠? 터키나 그리스나 그전에 가고만 싶었지 별로 공부를 안하고 무작정 온지라 조금 낯설기도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 보고 가서 나중에 또 한국가서 보게되면 아.. 그때 봤던거... 하면서 기억이 나더라구요.

또 길어지네요. 횡설수설되서 죄송하고 추석이 지났죠? 이제 조금은 한가해질때(?)겠네요. 어떤분은 휴가를 잡으셨을지도 모르고..아무튼 혜초 식구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작성자: 보헤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