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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오스 비엔티안에서..(아래글은 태국 여행글입니다만^^)
작성일 2009.05.18
작성자 권*혁
상품/지역
트레킹


태국에서 라오스로 넘어온 후부터는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버린것 같습니다. 아마 라오스의 매력속에 홀딱 반해버려서 시간이 가는게 아쉽기만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태국에서 매쏘트에서 치앙마이로 넘어와서는 저녁에 국왕의 생신이라고 치앙마이 성벽 광장에서 태국 시민들과 구경하러온 몇몇 여행자들이 모여 다 같이 국왕의 생신을 축하했습니다.

치앙마이에서는 노란색으로 광장을 꾸미고 국왕의 사진들을 몇개 전시해 두었을뿐 제가 상상했던 축하행사같은건 없었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손에 노란 촛불을 든채로 TV 전광판을 통해 방콕에서 생중계되는 국왕 생신을 축하하는 행사를 다 같이 지켜보았습니다. 사실 전 국왕 할아버지의 스피치를 좀 들어보고 싶었는데 물론 알아듣진 못하더라도 목소리가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국광 스피치는 이미 그 전날 끝났고 생신 당일날은 그냥 웃으시면서 태국사람들이 준비한 축하 행사를 지켜보는것이 다 더라구요. 그래도 조용히 엄숙하게 국왕의 생신을 축하하는 치앙마이 시민들을 보니 또한번 국왕에 대한 사랑을 가까이서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실 치앙마이에는 많은 사원들이 마을에 있어서 사람들이 주로 사원들을 구경하거나 또는 타이마사지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많은데 이상하게 전 사원이 이젠 조금 질리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무지에서 비롯하지 않았나도 반성해봅니다만은 티벳의 사원들과 비교해 보았을때 남방 불교 사원들은 왠지 화려하기만하고 내부에 벽화들도 애니메이션 같아서 깊이가 잘 느껴지지 않더군요. 티벳 사원들은 건물도 독특하고 내부에 벽화들이 유화로 그려져 그림을 잘 모르는 소인에 불과하지만 왠지 더 화가의 정성이 들어가 보입니다. 물론 태국의 몇몇 사원 내부에도 멋진 벽화들이 있습니다. 그냥 제 생각이니 게의치 마시길 바랍니다.

사원에 비록 관심이 없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치앙마이에서 유명하다는 도이수텝은 가보기로 했습니다. 치앙마이 뒷산에 자리한 이 사원은 화려한 황금색의 스투파가 유명한데 정말이지 태국인들의 불심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황금색 스투파는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태국인들은 얼마나 엄숙해 보이던지 도대체 무얼 빌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그리고 흥미롭게도 그곳에서 또 태국 방송국에서 나와 드라마를 찍고 있더군요. 두 주인공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왜 태국 언니들이 한국 스타들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100% 되더군요.

신기한게 태국와서 한국드라마를 더 많이 본거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때는 잘 보지 않던 드라마를 여기와서 태국 언니들하고 턱괴고 보고 있는 제 자신이 조금 웃기더군요. 특히나 영화 채널에서는 목소리 안좋은 태국 성우 아저씨 아줌마가 더빙을 해서 조금 맘에 안들지만 한국 영화가 한 두편 사이로 계속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못봤던 영화인 봄날은 간다를 여기와서 보았답니다. 물론 성우더빙이라 대충 그림으로 짐작을 했지만. 가끔 배우들의 입술 모양으로 짐작도 가능하지만 눈치가 거의 제로인 저로써는 입술 모양만으로는 좀 처럼 이해하긴 어려웠습니다.

아무튼..자꾸 글을 쓰다보면 옆으로 새게 되서--;; 치앙마이는 태국에서 두번째 도시라지만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약간은 아기자기한게 TV속에서 보던 일본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도 들구요. 하지만 거리는 아주 정리가 잘되어있고 깨끗합니다. 저는 치앙마이가 좋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골이 좋아서 다시 매홍쏜으로 이동했습니다. 가기전에 매홍쏜의 절반정도 거리의 파이에서 하루 밤을 잤는데 요즘이 성수기다보니 이 작은 마을도 장사 하는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손님들을 달러로 보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파이에선 조금 실망을 하고 매홍쏜으로 일찍 떠나버렸습니다. 하지만 파이의 뱅갈로에서 하루밤은 조금 춥긴 했지만 나름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매홍쏜에서는 예전에 한국에 있을때 TV에서 보았던 목이 길게 늘어져서 그 사이에 여러 겹의 고리를 하고 있는 여인들로 유명한 카렌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매홍쏜 지역은 주변 마을로 이동할때 툭툭(택시)이나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다녀야 하거나 투어를 신청해서 카렌족 마을을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얼핏 재래시장 근처에서 썽태우(미니트럭버스)가 아침 이른시간에 노이소이라는 카렌족 마을로 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새벽에 일찍 시장 근처로 나가보았습니다.

사실 이 정보는 오토바이 렌트점 아저씨로부터 듣게 된건데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도 투어를 신청해서 가라고 하고 버스터미널 가서 물어봐도 툭툭타고 가라고 하다보니 결국 하루에 150바트에 빌려준다는 오토바이를 렌트해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거의 겁을 상실하고 그냥 가보기로 한거죠.--; 아저씨가 너 전에 오토바이 운전해봤어? 하고 물어보길래 아니요. 차는 운전해봤습니다. 했더니 조금 껄끄러운 표정을 지어보이시더라구요. 그래서 아저씨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시범을 보여주면 제가 따라할수 있을거 같애요. 했더니 조금 불안해 하시면서 그러기로 하고 오토바이에 탔습니다.

처음에 아저씨가 시범을 보이시고 기어 바꾸는것, 브레이크 등을 알려주셨는데 막상 내가 앉아서 해보려니까 잘안되고 저 역시 불안하기 그지 없더군요. 몇번을 시도해봐도 안되다보니 아저씨가 위험하다고 안된다고 오토바이를 안빌려주시겠다더군요. 그래서 카렌족 마을을 가고 싶은데 사람들이 툭툭타고 가거나 투어신청하라는데 그럼 비싸지 않냐 했더니 새벽에 시장에서 썽태우가 출발한다고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그 정보를 믿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거리를 나서는데 태국 북부지역은 매홍쏜이나 파이나 산악지역이다보니 아침에는 안개가 짙게 끼고 몹시 습합니다. 그러다가 9시쯤되면 거짓말처럼 태양이 쨍하고 나타나면서 무척이나 아름다운 날씨를 선사해주죠. 그래서 새벽안개속을 해치며 거리를 걸어가는데 게스트 하우스 얼마 안나와서 골목에 개들이 짖고 있길래 무척이나 가슴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무심한척 하면서 개들 옆을 지나치니까 지들도 지쳤는지 그만 짖더군요. 그러다 새삼 제가 자느라고 그동안 게으름 피우느라고 놓쳤던 태국인들의 새벽 생활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주황색의 옷을 걸친 태국 스님들이 맨발로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가슴에는 공양그릇을 안고 있더라구요. 그러고선 얼마 안가 태국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고 그 스님들에게 음식을 나눠준 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주 나이가 어린 스님들인데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게 조금도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방속에서 간식으로 챙겨두었던 귤과 토마토 하나를 꺼내서 그 어린 스님의 공양그릇 안에 넣어주었더니 방금 받은 따뜻한 하얀 쌀밥이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자리하고 있더군요. 저는 잘은 모르지만 그냥 아침에 공양을 하고 나니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리고선 태국 아저씨들이 모여서 생 달걀을 풀어 그 위에 하얀 쌀죽을 얹어 먹고 있길래 저도 한그릇 시켜 먹어봤는데 나름 아침식사로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으로 이동해서 썽태우를 찾아보았는데 잘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오토바이 아저씨가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7시나 8시쯤이라고 했는데 7시가 넘었는데도 썽태우도 안보이고 사람들도 모여있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큰길가에 있나하고 시장쪽에서 큰길가로 걸어가고 있는데 낡은 미니트럭버스같은게 제 옆을 천천히 스쳐지나갔습니다. 저는 그게 노이소이로가는 썽태우인줄알고 뛰어가서 차를 세웠습니다. 할아버지가 차를 운전하고 계셨는데 노이소이 가요? 하고 물었더니 안간다더군요. 할아버지는 혼자 노이소이 가냐? 하고 물어왔습니다.

그래서 목이긴 카렌족을 만나고 싶은데 사람들이 툭툭 타고 가라고해서 썽태우 기다리고 있고 혼자라고 대답하니까 근데.. 어떻하지 난 시장보고 바로 근처인 집에 가는데. 하시더라구요. 저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가고 할아버지는 다시 차를 운전해서 가셨는데 얼마 안가 다시 차가 멈추더라구요. 전 다시 뛰어가 보았죠. 할아버지가 제가 불쌍해보였는지 100바트(약 3000원)를 내면 데려다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다행히도 비싼 투어와 툭툭에 비교했을때 100바트는 저렴한거 같아서 차에 탔습니다. 할아버지는 먼저 집에 들려서 시장에서 장본것들을 두고 가야할거 같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얘기를 하다보니 중국분이시더라구요. 태국으로 넘어와서 사신지는 30년 정도 되었구요. 그래서 제가 중국어를 공부했다고 하니까 무척이나 더 반갑게 대해주셨습니다. 할아버지댁에 도착해서는 장본것들을 함께 옮겨다 드리고 할아버지의 새차로 갈아타고 노이소이로 향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등려군 노래를 좋아하셨는데 저도 등려군의 첨밀밀 노래 좋아한다고 했더니 바로 첨밀밀을 테잎에서 감아서 들려주셨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노이소이 마을에 가서 카렌족들을 만나고 다시 매홍쏜까지도 할아버지가 기다려주셔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가 중국에 있는 손녀같다고 기어코 100바트를 받지 않으셨습니다.

전 너무 고마워서 아침에 찍은 할아버지 사진을 인화해서 드렸더니 무척이나 저에게 더욱 감사하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해야할 사람은 전데.. 아무래도 아침에 스님에게 공양을 했더니 좋은일이 생긴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고마운 할아버지라서 또 글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