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Silk road)를 다녀와서….

이번 여행은 서안에서 시작하여 실크로드(Silk road)의 역사와 문화를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서안의 고즈넉한 공기 속에서 출발해 맥적산석굴(麥積山石窟)과 병령사석굴에 들어설 때, 마치 천 년 전 장인들의 손끝이 아직도 벽화위를 스치고 있는 듯 고대 불교예술의 정수를 감상했다.

이어 가옥관에서는 옛 서역의 교역 흔적과 낙타 발자국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명사산(鳴沙山)과 월아천(月牙泉)에서는 황량한 사막 속에서도 기적처럼 살아 숨쉬는 오아시스의 신비를 체험했다. 사막 한가운데 자리한 월아천은 마치 사막이 숨겨둔 보석처럼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명사산을 오르지 못할까 봐 월아천을 구석구석 보지 못하고 온것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막고굴(莫高窟)의 벽화를 마주하는 순간, 세월이 지우지 못한 색채와 표정에서 묵직한 울림이 전해져오는 느낌을 받았다. 쿠무타크사막에서 새벽을 가르며 모래언덕에서의 일출은 인생네컷을 만들었고, 함께한 선생님들의 개구쟁이 장난기를 바라보며 행복했다. 모사지만 베제크리크천불동 전시관의 수많은 부처님의 눈빛이 우리들을 조용히 반기는 듯했으며 고대 도시의 웅장함과 천불의 장엄함에 그저 말문이 막혔다.
신장 위구르 박물관에서는 보존 상태가 뛰어난 미라를 직접 보며 언젠가 출장차 다녀왔던 영국 대영박물관에서 본 이집트 미라가 떠올랐다. 나와 마주한 이 미라도 수천 년 전 나처럼 숨쉬고 웃고 사랑했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이유모를 서글픔이 온몸으로 밀려왔다. 카레즈(Karez)에서 시원한 물줄기에 손도 적셔보며 세대를 이어 지켜온 이들의 삶에 숙연해졌다.

어느 여행이나 감초처럼 끼어있는 마사지는 여행 둘째 날부터 감기로 열과 두통으로 내내 힘들었던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혜초여행사 허연철 인솔자님이 감기약, 근이완제, 등 다양한 약들을 한 보따리 준비해오셔 그 중 감기약은 내가 다 먹고 여행할 수 있었다. 이 부분 너무 감사하다.
다시 서안으로 돌아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고학 유적지로 병마용갱(兵馬俑坑)으로 왔다. 진시황릉을 지키기 위해 실물 크기의 병사와 말 모형, 특히 병사의 수가 8,000을 넘는다는 설명에 인간의 권력과 불멸에 대한 욕망이 얼마나 깊고 깊은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이번 여정은 서안에서 시작해 사막과 오아시스, 고대도시와 석굴, 황제의 능으로 8박 9일의 일정이었다. 여행 중 잊지못할 장면과 순간들을 이 지면에 다 담아내기엔 그 울림이 너무도 크고 깊다.

마지막으로 이번 여행을 더욱 알차게 만들어주신 허연철 인솔자님과 장명철 가이드님께 감사 말씀드린다.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역사와 사람들의 숨결, 수 천 년 전의 이야기를 온도감 있게 전해주셔서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두 분을 다시 만나 여행하고 싶다.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리며, 단장님을 비롯 집행부 선생님들, 특히 여행 내내 먹거리 등을 잊지 않고 적재적소에 제공해주신 김보름 선생님, 함께 한 선생님들 덕분에 여행이 풍요로웠고 행복했다. 14명의 선생님께도 감사 말씀드린다.
2025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