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제목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16일
작성일 2023.01.29
작성자 이*원
상품/지역
트레킹네팔 히말라야
절반의 성공, 고랍셉까지 올랐다!

P. 이번 EBC 트래킹(2023년 1월 8일~23일(×), 21일(○))은 혜초를 통해서 열세 번째다. 13이라는 숫자를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다. 열네 번 이상을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숫자다. 그럼에도 조금 거슬리는 마음은 있었고, 전조(前兆)가 있었기에 더더욱 아무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1. EBC 트래킹은 나의 로망이었다. ABC를 두 번째 다녀올 때 에베레스트 전경이 그려져 있는 기념품 하나를 사 왔고, 냉장고 옆에 붙여놓아 하루에 몇 번은 수시로 봤다. 산악인들이야 8,000m 위 아래를 따지겠지만, 일반인인 내가 특별한 장비 없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의 장소다. 그냥 꼭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5,000m 이상은 어떤 곳일까? 담배는 제대로 필 수 있을까?

2. 이른 새벽, 공항으로 이동, 도시락으로 아침 먹고, 루크라 도착. 꽁데를 보며 팍딩. 다음날 팍딩에서 몬조, 쿠슘캉구르를 보며 그렸고, 점심 먹고 남체. 고산증이 올랑말랑. 항상 3,500m쯤에서 첫 번째로 온다. 4일차는 고소적응일이다. 남체에서 에베레스트 뷰 호텔까지는 계속 오르막, 천천히 천천히 올랐다. 호텔에서의 경치는 환상적! 3대 미봉이라는 아마다블람(이것으로 3대 미봉을 직접 모두 봤다)을 보고 그렸고, 이름도 예쁜 로체와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내 눈으로 직접 봤다. 1월 11일 11시 15분이다. 캉중마에서 여유 있게 휴식. 아직 괜찮다.
여기 EBC에 오려고 꽤 준비를 오랫동안 한 것 같다. ABC 2번과 밀포드 트랙은 몇 년전이라 차치하더라도, 작년 4월 15일에 100대 명산 완등, 알프스 대장정 16일, 알타비아 No.1을 걸었고, 캐나다 동부 트래킹은 관광으로 친다 하더라고 매주 북한산에 올랐다. 동네 뒷산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4,130m는 경험했어도 그 이상은 어떨지 모른다. 아기자기한 맛보다는 남성미 물씬 풍기는 곳이다.

3. 1월 12일, 5일차다. 캉중마에서 뗑보체까지 내리막 1시간, 오르막 2시간 30분. 슬슬 힘들다. 더 힘든 일은 점심 때 화장실 두 번. 깨끗하게 장 청소한 기분이다. ‘뭘 잘못 먹었지?, 남모르게 먹은 게 하나도 없는데...’ 4km가 길다. 팡보체까지 겨우겨우 올라왔다. 속옷을 처음으로 싹 갈아입었다. 더 입을 수 있지만, 왠지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았다.
13일, 하필이면 금요일이다. 팡보체에서 딩보체(4,410m)까지 4시간 10분 걸려 올라갔다. 왼쪽 엉치 부분이 마구 저려 온다. 불길하다. 편두통도 시작하고, 안압이 올랐는지 사물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 먹던 약도 먹었다.

4. 14일은 다행히 고소적응일이다. 4,800m까지는 못가고 4,550m까지 갔다고 우기고 싶다. 걷는 게 점점 고통스럽다. 인간 참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산장 몇 번 갔다 왔다고 이곳 네팔 롯지가 너무 불편하다. 난방이 전혀 안 되는, 서늘하게 차가운 물건들. 세수는 물티슈로 하루에 한 번, 이도 한 번만 닦고, 머리카락은 떡 친 체로 털모자를 계속 쓰게 된다.

5. 8일차, 딩보체에서 로부제가는 날이다. 출발할 때 소염진통제를 먹었다. 투클라에서 점심먹고, 투클라 패스. 묘비, 무덤이 많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여럿이 함께 있으니 외롭진 않겠다. 고통이 심해진다. 즐거움을 모두 삭제시킨다. 뼈에 금이 가 보기도, 근육이 통째로 파열돼 봤어도, 찢기고 어긋나 봤어도, 신경이 눌리는 이 묘한 고통은 처음이다. 타이레놀을 씹어 먹으며 겨우겨우 로부제까지 갔다. 9일차. 아침 7시 출발, 11시 40분에 고랍셉에 도착했다. 욕하면서 올라왔다. 약발도 안 먹힌다. 점심 먹고 다른 사람들은 EBC가는데, 난 30분 걸어갔다가 다시 왔다. 그래 난 5,200m까지 올라왔다. 이게 내 최대치다. 이것으로 만족한다. 난 내일 헬기 타고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의미 없다.

E. 못내 아쉽다. 내려오면서 보는 경치도 환상적이었을 것이다. 설 연휴를 아프게 지내다가 병원. MRI를 비롯한 다섯 가지 검사, 척추 4, 5번이 어긋났단다. 전방전위증과 협착증. 한동안 고생할 것 같다. 이 글을 쓸 때에도 저리고 아프다. 6월 말 ‘알타비아 No. 2’는 예약 취소. 좀 나아지면(완쾌되면) 열네 번째 트래킹을 떠나련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열세 번째 EBC 트래킹, 아니 고랍셉까지 갔다 왔다.

cf. 고랍셉 롯지(5,180m)에서 담뱃불을 붙이면 그냥 꺼진다. 열심히 빨아대야 하는데, 맛이 정말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담배맛이다.
EBC 완주하신 팀원들 부럽고 존경스럽다. 특히, 룸메 베베(베테랑 오브 베테랑) 훈재님 고맙습니다. 물심양면 우리 팀원들 보살핀 현영섭 대리님, 수고 많았습니다. 58년 개띠 형님, 스카치 형님도 항상 건강하시길...
평점 4.8점 / 5점 일정5 가이드5 이동수단5 숙박4 식사5
정보
작성자 김*엽
작성일 2023.01.30

안녕하세요. 혜초트레킹 네팔팀입니다.

 

생생한 여행후기에서 모든 산악인의 로망인 에베레스트의 모습 그리고 펼쳐진 고봉 파노라마의 모습을

눈에 잘 담고오신게 느껴지십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기원하며, 다음 혜초여행을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작은 감사의 의미로 혜초포인트 15,000점이 적립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혜초트레킹 네팔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