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박완서 선생님 !!
모처럼 한글날 휴일에 가족과 함께 영풍문고를 찾았다. 여행관련 신간들이 있는지 둘러보다 번뜩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다.
“모독(冒瀆)” 박완서 선생님의 책이었다. 이 책은 오래전에 이미 출간되었는데... 살펴보니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 15년이 넘도록 희귀본으로 묻혀 있던 ‘명품 에세이’ 더 이상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티베트와 네팔 본연의 순수한 풍경들 2011년 1월 작고한 그리운 작가, 박완서의 티베트·네팔 기행 산문집이다.
1997년에 출간되었던 이 책은 15년이 넘도록 도서관과 책 수집가들 사이에서 희귀본으로 보관되어왔고 일반 독자들에게는 소문으로만 전해져왔다. 2014년 가을, 열림원에서 다시 출간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박완서의『모독』은 1997년 출간본에 수록되었던 민병일의 티베트·네팔 사진 약 150컷을 그대로 수록하고 있어, 중국화된 지금의 티베트와 다른, 티베트적인 티베트가 남아 있던 20여 년 전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모독』은 노작가의 오랜 삶과 경험이 빚어낸 혜안의 기록이다. 모래바람 속의 침묵까지 사유하는 여행기이며 “초원의 바람 냄새와 푸른 공기 냄새” 나는, 가장 독특한 박완서 산문이다. 또한 『모독』은 근래의 수많은 여행 산문집들과 확실하게 다른 품격을 갖는 ‘명품 에세이’다. 세월이 흐른 뒤 한때 마음을 사로잡던 음악을 추억하듯 박완서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낸 이 책을 읽는 것은, 오래된 귀한 레코드판을 재생시키는 것과 같은 감동을 준다.』 [예스24]
책의 서문을 읽다가 갑자기 울컥하는 감정과 함께 박완서 선생님이 그리워졌다. 뭐랄까... 큰 이모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언제나 수줍은 미소와 편안한 음색으로 저를 편하게 대해 주시던 분, 방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기,승,전,결 형식으로 이야기해 주시는 분, 유명인이라기보다 분위기에 맞추어 소주를 멋있게 원샷해 주시는 분, 본인의 얘기보다는 상대의 얘기를 더 많이 귀담아 들으시는 분, 싸구려 치마들을 싸게 샀다고 펼쳐놓고 패션쇼를 하시며 자랑하시는 분... 그리고 언젠가 집으로 찾아 갔을 때 아파트 거실에 메주(청국장?)를 담그시고 계셨고 냄새가 많이 난다며 특유의 웃음으로 얼버무리던 기억들이 떠 오른다.
“귀여운 손녀가 연극에 처음 출연한다고 초대해서 보러갔지 뭐야. 그런데 손녀의 배역이 창녀인거였어. 앞자리에 앉아서 얼마나 민망했는지 몰라. 결국 그 창녀는 죽음으로 역할을 마치는 스토린데 나는 속으로 손녀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얼마나 간절했는지 몰라....하하하.....” 아직도 귓가에 박완서 선생님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박완서 선생님과의 많은 추억들을 파란 가을 하늘아래서 한 참을 했다.
그렇다 ‘모독’은 티벳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 상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신 글이다. 그리고 티벳의 척박한 땅을 힘들게 여행을 하시면서 자연과 풍광을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그리고 박완서 선생님답게 쓰셨다. 선생님과 여행을 하면 언제나 즐거웠다. 어쩌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선생님 주위로 모여든다. 그리고 그분의 이야기 세상에 몰입되곤 만다....
박완서 선생님 !! 파랗고 또 파란 티벳의 하늘을 무척이나 좋아 하셨지요. 그 하늘을 바늘로 쿡 찌르면 파란 물이 확 쏟아 질것 같다는 표현... 제가 티벳을 안내할 때 지금껏 써먹는 표현입니다.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면 선생님의 수줍은 얼굴이 보이는 듯 합니다.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