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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야기]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작성일 2013.05.29

‘禪房日記(선방 일기)’ 중에서..

생식을 하는 스님이 山神閣(산신각)에서 단식기도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생식을 시작한지 6개월이 된다고 하는데 몸이 무척이나 약했다. 상원사에서 처음 만났을 때보다도 더 두드러지게 약해 있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입산했다는 스님인데 독서량이 지나치게 많아 정돈되지 못한 지식이 포화상태를 지나 과잉상태다. 그래서 두루 깊이 없이 博識(박식)하다. 극히 내성적이어서 집념이 강하고, 몸이 약하니 극히 신경질적이고, 여러 가지로 박식(?)하기 때문에 오만하고, 위선기가 농후하다. 절밥을 오른손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햇수밖에 먹지 않았는데도 도인 행세를 하려고 하니 구참 선객들에게는 꼴불견이다. 틀림없는 피에로다.
남과 얘기 할 때는 上下나 先後 구별 없이 가부좌를 한 채, 눈을 지그시 감고, 말을 느릿느릿 짐짓 만들어서 하고 걸음걸이도 느릿느릿 갈지자로 걷는다. 그러다가도 누가 자기 자존심에 난도질을 하면 신경질이 발작하여 총알 같은 말씨로 갖은 제스처를 써가며 응수한다.
-중략-


“스님, 단식기도를 하신다면서요? 이 엄동에 냉기 감도는 산신각에서.”
“예, 모두가 따뜻한 방안에서 시줏밥이나 얻어먹고 망상만 피우면서 시비만 일삼으니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입니다.”
기가 꽉 막힌다. 그러나 시비할 계제는 못 된다. 그와 나는 여러 가지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중략-


“스님, 장자경을 독파했다니 邯鄲之步(한단지보)를 기억하시지요? 연나라 소년이 趙나라 도성인 한단에 가서 조나라 걸음걸이를 배우려다가 조나라 걸음걸이를 배우기 전에 자기나라 걸음걸이까지 잊고 필경 네 발로 기어 자기 고국으로 돌아갔다는 故事(고사) 말이외다.“
“예, 알고 있지요.”
“서시빈목을 기억하시지요? 美人 西施(서시)가 病心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예뻐 보이자 그 마을 醜婦(추부)도 흉내로 눈살을 찌푸리고 다니니 부자는 폐문한 채 외출을 금하고 빈자는 처자를 이끌고 그 마을을 떠나갔다는 고사 말이외다.”
“그것도 기억하고 있지요.” 그는 아니꼽다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 스님, 누워서 한 시간 취하는 수면은 앉아서 취하는 세 시간의 수면보다 勝(승)하고, 서서 취하는 다섯 시간의 수면보다 殊勝(수승)할 것입니다. 自性을 무시하고 인간의 작위에 性命을 맡기는 자는 언제나 허위에 사로잡히기 마련이요. 구도자를 표방하고, 고행을 한다면서 養生을 외면하는 행위는 종교적 의식으로 齋戒(재계)는 될지언정 심적 재계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고행은 끝내 자기 학대가 아니라 자기 위주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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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蓋(개)연적 판단을 떠나 단도직입적으로 결론하시지요. 개연성은 회색적인데 회색적인 것은 언제나 기회와 위선을 노릴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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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身外에 無物이며 我生然後(아생연후)에 萬事在其中(만사재기중)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얼핏 듣고 생각하면 극히 유물적이고 유아독존적인 것 같지만 자세히 음미해 보면 존재의 보편타당성을 표현한 극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무한한 공간, 무량한 원소, 무진한 시간, 무궁한 活力(에너지)의 부단한 작용에 의해 生滅하는, 무수한 존재 중의 하나인 나를 의식했을 때 비로소 나는 나를 찾아보게 됩니다. 나를 찾는 동안 나는 양생해야 하며 양생하기 위해선 修身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여 나를 찾았을 때는 이미 나는 없고 다만 적멸이 있을 뿐입니다.
-중략-

 


사무실 책장에 꽃아 두고 자주 읽는 지허 스님의 1월 3일 “선방 일기”입니다. 전체 내용을 간추려 정리했지만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두루 깊이 없이 박식하다.”와 “전문가 행세를 하느라 거들먹거리는 자세”는 제 꼴을 보는듯하여 더욱 부끄러우며, 그 외에 “한단지보와 서시빈목”은 물론 회색적인 개연성까지 저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오래 전부터 초심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 인도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합니다. 2,500년 전의 부처님에 대한 흔적을 찾다보면 정말 많은 것을 思惟하게 됩니다. 부처님 발자취를 천천히 따라 걷고 싶습니다. 20여년 전에 고은 선생님 일행과 함께 부처님이 태어나시고, 고행하시고, 성불하시고, 입멸하신 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혜초여행사가 탄생 하였습니다. 이후에도 북인도 비하라 지역을 무수히 여행하면서 內的 에너지를 충만 시켰습니다. 뜨거운 인도의 태양과 대지는 비단 종교적인 時空에서 벗어나 인간 자체의 自我를 바라보게 합니다.

10월에 다시 부처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살아왔던 삶과 살아야 할 人生에 대해 스스로 따지고 철저히 검토해 보고 싶습니다. 이번 여행은 혼자 떠나는 길이 아닌 동행과 함께 하려합니다. 혼자만의 변명과 독선에 빠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넓은 세상에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공부를 많이 한 젊은 스님도 동행으로 찾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서로가 논쟁도 심하게 하고, 생각도 많이 하며, 절도 쉼 없이 하고 싶습니다.